보통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서는 경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이 돈을 많이 써서 물가가 오르고(인플레이션),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가 떨어지거나 안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극심하게 얼어붙어 실업자가 넘쳐나는데, 마트의 물가와 기름값은 미친 듯이 솟구치는 기이하고도 괴로운 현상이 발생하곤 합니다. 불황을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결합된, 경제학에서 가장 치명적인 난치병이라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경제 지표들을 공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깊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 물가가 오르면 소득이라도 늘어나서 견딜 수 있고, 경기가 나쁠 때 물가가 떨어지면 지출이라도 줄여서 버틸 수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은 소득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늘어나는 최악의 외통수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완전히 파탄 나고, 경기를 살리려고 돈을 풀면 물가가 폭등해 버리는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빠지게 됩니다.
오늘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역사적 사례, 그리고 이 잔인한 경제 국면에서 개인의 자산을 지키는 현실적인 전략을 풀어드립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 걸까?
일반적인 수요 증가에 의한 물가 상승과 달리,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주범은 주로 '공급 측면의 치명적인 쇼크(Cost-Push Shock)'입니다.
대표적인 발생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의 폭등 (공급 쇼크) 석유, 곡물, 주요 원자재 가격이 전쟁이나 지리적 분쟁으로 급등하면, 물건을 만드는 모든 기업의 생산 원가가 폭등합니다. 기업은 수익성이 악화되어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축소(경기 침체)하지만, 제품 판매 가격은 올릴 수밖에 없어(물가 상승)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지게 됩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 경기가 둔화될 때 정부가 과도하게 돈을 풀어 시장에 통화량이 넘쳐나는데, 정작 산업 현장의 생산성은 늘어나지 않고 외부 악재가 겹치면 화폐 가치만 떨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역사 속 스태그플레이션: 1970년대 오일쇼크의 기억
스태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70년대의 '오일쇼크(석유 파동)'입니다.
1973년 중동 전쟁이 터지면서 석유출국기구(OPEC)가 원유 가격을 4배 이상 전격 인상했습니다. 당시 석유에 의존하던 전 세계 모든 공장과 물류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급증하면서 제품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동시에 기업들이 견디다 못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면서 실업률이 치솟았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는 10년 가깝고 긴 세월 동안 고물가와 고실업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당시 미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가 기준금리를 연 20% 수준까지 가혹하게 끌어올려 경제를 거의 인위적으로 부러뜨리고 나서야 겨우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방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오면 가계 경제는 이중으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실질 소득의 급격한 토막 경기 침체로 회사 사정이 나빠져 연봉 동결이나 인센티브 축소, 심지어 무급 휴직이나 구조조정 위험에 노출됩니다. 반면 생활비, 식비, 전기·가스요금 등 필수 지출 비용은 매달 늘어나 실질 소득이 체감상 대폭 줄어듭니다.
자산 시장의 동반 추락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채권이나 현금이 유리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주식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기업 실적 악화로 주가가 떨어지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압박으로 부동산과 채권 가격마저 흔들리는 '모든 자산의 동반 약세' 현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자산을 지키는 3가지 방어 전략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난치병 속에서 내 가정의 재정을 안전하게 지켜내려면 지극히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현금흐름 창출 능력과 '필수 원자재/에너지' 자산 주목 경기와 상관없이 제품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독점적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이나, 원자재·에너지 관련 자산, 그리고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고배당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고금리 부채의 최우선 상환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 이자 부담이 가계 재정을 압박하는 가장 큰 주범이 되므로, 변동금리 대출이나 고금리 부채를 최우선적으로 상환하여 고정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현금 비중 확보 및 생활비 '비상 모드' 가동 자산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물타기(추가 매수)에 나서는 것보다, 투명한 비상금(최소 6개월 치 생활비)을 현금성 자산으로 확보해 두고 불필요한 사치성 지출을 줄이는 긴축 재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생존법입니다.
핵심 요약 3줄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고실업)와 물가 상승(고물가)이 동시에 발생하는 가장 치명적인 경제 질병입니다.
주로 원자재·에너지 가격 폭등 같은 공급 측면의 쇼크와 과도한 통화량 공급이 결합할 때 발생합니다.
자산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므로, 부채를 적극 줄이고 필수 원자재/우량 배당 자산 중심의 방어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뉴스에 매일 나오는 물가 지표의 핵심인 '소비자물가지수(CPI)란 무엇일까? CPI가 금리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룹니다. CPI 발표날마다 주식 시장이 춤을 추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댓글 유도 질문
여러분도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올라서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경제 상황이나 물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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